초록

20세기에 세계를 열광시켰던 이념 중 하나가 사회주의였다. 공동으로 일해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이상에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회주의가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환상은 깨졌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빈부의 차가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베이징대학 중국사회과학조사센터는 “중국의 자산 상위 1%가 국내 자산의 3분의 1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또한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는 최근 ‘정의의 복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롤스의 정의론을 필두로 정의를 주제로 한 책들이 새롭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빈부 격차는 ‘21세기 자본론’에서 부(富)의 불평등을 다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서구에 던진 화두이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정의는 하나의 근본적인 사회적·윤리적 가치이지만, 정의에 관한 올바른 분석과 철학적 정당화에 대해서는 사회윤리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이 제기되어왔다. 특히 사회주의자들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시각에서 정의론을 다룬다. 사회주의자들은 실적주의적인 정의를 배척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주의 사회에서 실적주의적인 정의는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자본주의 비판은 자본주의가 근원적으로 부정의하거나 비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정의와 윤리의 개념을 필요로 하는 결함 있는 생산 양식에 기초하기 때문에 제기된다고 하겠다. 사유 재산권을 노동, 자유, 정의와 연관시키는 규범적 분석을 통해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해 윤리적 비판을 가하는 것은 나름대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유권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당화의 한계를 밝힘과 동시에, 자본주의의 윤리적 발전에 관해 사회 철학적 함축을 지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오히려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할 때 번성하였다. 복지국가나 부의 재분배 등과 같은 사회민주주의 진영의 개혁은 사회 정의나 사회 평화, 그리고 소비재 시장을 확대해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사회정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급진적인 평가적 전망은 도덕적, 윤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식론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는 많은 모순과 폐해가 있기는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본주의를 비윤리적인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비윤리적이라서가 아니라 비윤리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윤리적인 성숙이 없이는 자유, 인권, 정의, 환경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앞으로 인류가 공동으로 지향해 가야 할 새 질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이 보장되는 정의 복지 사회의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것은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를 초월하여 윤리적, 도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통적 자유주의의 방법론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새로운 사회윤리적 도전과 과제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8년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여겨졌던 월스트리트에서 반자본주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의심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그 한계를 드러낸 불공평하고 불안정한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가 세계 도처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개인적 선행의 차원을 넘어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기부 등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고 하겠다.

키워드

국가, 사회정의, 사회주의, 사회주의 정의론, 자본주의, 자본주의 정치철학, 형식적정의

참고문헌(23)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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