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플라톤의 대화편 『고르기아스』를 윤리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다. 『고르기아스』의 표면적 주제는 ‘수사술’이다.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 폴로스, 칼리클레스 등과 함께 수사술의 정의(definition), 수사술이 가진 힘, 수사술과 도덕적 삶, 수사술과 행복의 관계 등에 대해 논쟁한다. 『고르기아스』에서 수사술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플라톤의 다른 대화편, 가령 『파이드로스』 등에는 수사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발견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고르기아스』에서의 평가 역시 수사술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보다는 좋은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설득의 도구라는 가치중립적인 평가도 발견된다. 따라서 『고르기아스』에는 수사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외에 다른 주제가 숨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주제는 설득의 기술, 삶의 기술, 처세술로써 ‘고르기아스의 수사술’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무도덕주의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이다. 『고르기아스』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수사술은 일반적인 수사술, 즉 설득의 기술로서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으로서 수사술이 아니라 ‘고르기아스의 수사술’이다. 본 논문은 『고르기아스』에 대한 정밀한 독해를 통해 ‘고르기아스의 수사술’은 그의 유명한 『비존재 혹은 자연에 관하여』에 나오는 회의주의의 세 가지 명제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세 가지 명제는 각각 존재론적, 인식론적, 실천론적 회의주의로 분화되고, 다시 그 세 가지 회의주의는 메타윤리학적 관점에서 반실재론, 비인지주의, 외재주의로 이어지며, 이러한 세 가지 메타윤리학적 관점의 결합의 논리적 귀결은 무도덕주의라는 규범윤리적 입장임을 주장한다. 무도덕주의는 『고르기아스』에서 고르기아스의 가장 충실한 그리고 가장 대담한 제자인 칼리클레스에 의해 열렬히 옹호된다. 소크라테스는 그 칼리클레스의 주장을 논박함으로써 무도덕주의의 실체를 폭로하고, 인간이 무도덕주의의 마수(魔手)로부터 자신의 도덕적 삶을 구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키워드

『고르기아스』, 소크라테스, 고르기아스, 폴로스, 칼리클레스, 반실재론, 비인지주의, 외재주의, 무도덕주의

참고문헌(26)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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