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묵자의 사상에서 지식사회화의 단면을 자각과 반성이라는 주제 하에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지식은 인간이 자연세계에서 생존하면서 누적한 1차적 정보의 형태에서 점차 추상적, 고차원적인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지식은 개인적 발견과 자각의 결과이며, 그것이 공공의 영역으로 확산되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사회화인데, 사회화된 지식은 사상이라 일컬어진다. 이런 점에서 사상은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사상은 사회적으로 공유된 지식이다. 즉 사상은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어 구성된 지식의 구성체이다. 둘째,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사상은 자각적이고 자기반성적인 특성을 갖는다. 즉 사상이 사회적 요구로부터 이격離隔되면 지식의 사회적 기반을 잃어 필연적으로 쇠퇴·소멸한다. 본 논문은 지식의 실천 문제와 지식의 제도화 문제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묵자 사상을 천론, 인간론, 사회론의 측면에서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이전의 공자 사상에 대한 묵자의 반성과 자각, 그리고 묵자가 후대의 맹자와 순자에게 끼친 자각과 반성의 실마리 등을 추론해 보았다. 묵자의 사상은 동아시아의 철학사에서 그 형성과 전개, 쇠퇴와 소멸이 비교적 명확하게 추론되는 것으로서 지식의 사회화 현상을 검토하기에 용이한 특징을 갖는다. 특히 묵자는 공자 사상의 핵심어 중 하나인 仁을 관계의 親疏에 따른 차등적 사랑, 즉 別愛라고 규정하고, 묵자 활동 당시에 유행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유가의 別 강조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묵자 사상은 그것의 등장과 확산만큼이나 빠른 쇠퇴와 소멸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묵자 사상이 보여주는 지식 소멸의 조건은 지식체계가 가진 특수성의 상실과 사상의 사회적 기반 상실이라는 두 가지로 집약되었다. 요컨대, 지식이라는 주제에서 묵자의 사상은 개인적 맥락과 사회적 맥락 사이에 지식의 생성과 확산, 그리고 쇠퇴와 소멸의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용한 모델이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식의 사회화’ 과정이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식의 사회화에는 지식인에 의한 사회 반성과 자각이 필수적이며, 그것은 개인적 자각과 사회적 요구 사이의 긴장과 대립, 융화와 소통의 과정이 수반되는데, 하나의 지식체계와 사상이 자기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하고 또 당대 사회의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때 필연적으로 쇠퇴·소멸하게 되는 과정을 묵자 사상은 역사적으로 실증한다.

키워드

묵자, 묵가, 지식, 사상, 지식사회화.

참고문헌(9)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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