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조선의 건국자들은 건국초기부터 유학적 이념으로 수양된 유학적 주체의 형성에 관심을 가졌다. 건국기의 정도전이 구상한 윤리적 주체성의 본질은 건국 초기 주자학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주자학적 인간이다. 이들은 주자학의 명분론적 사회질서에 순응하며, 주자학적 공동체의 건설에 헌신하는 백성이며 국민이다. 이를 위해 정도전은 주자학의 이론에 저해되는 다른 유형의 사상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주자학적 정체성을 확보해 나아갔다. 정도전이 구상한 윤리적 주체는 건국 초기의 공동체 건설에 헌신하는 주자학적 인간이었다. 이런 인간은 개별적 자율성에 입각하여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인간이라기보다는 사회통합의 이념에 동조하고, 공동체 전체의 질서에 공헌하는 집단적 지성의 일원이다. 수성기의 이황이 구상한 윤리적 주체성의 본질은 건국 이후 사회적 안정기에 접어든 주자학적 공동체의 능동적 실천자이다. 주자학적 이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고, 사회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능동적으로 실현하면서 살아가는 백성이며 국민이다. 이를 위해 이황은 본성의 자발적 가치실현의 역동성을 확보하고자 이발(理發) 즉 성발(性發)을 주장하였다. 주자학적 가치를 실현하는 도덕적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황은 같은 유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양명학도 엄격하게 비판하였다. 이황이 구상한 윤리적 주체는 안정적 사회 조직에서 묵묵히 주자학적 가치를 실현해 가는 능동적 실천가이다. 이런 윤리적 주체는 개인의 수양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안정된 공동체의 교화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자유로운 양심의 담지자이다. 이와 같이, 주자학을 건국이념으로 내세우고 등장한 조선의 윤리적 상황을 살펴보면, 사회적 공동체의 윤리적 주체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에서 주체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미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건국초기의 윤리적 주체를 철학적으로 형성한 사람이 정도전이라고 본다면, 이황은 이런 주체의 모습을 수성 시기의 윤리적 주체로 변형시켜 확립한 철학자로 볼 수 있다.

키워드

조선 전기, 윤리적 주체성, 공동체, 주자학적 인간, 능동적 실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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