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에서는 도덕의 기원과 정당성에 대해 유가 철학이 갖는 한계를 살펴보고, 그것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오늘날의 현대 과학적 성과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가 철학이 오늘날 과학의 성과를 빌려 재창조될 수 있음을 보이는 것이 이 글의 최종 목적이다이를 위해 필자는 먼저 유가의 대표 인물들, 즉 이황, 주희, 맹자 등을 선택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그들이 생각했던 도덕의 기원과 정당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그들 각각의 시대에서 사용한 도덕적 용어들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가능한 한 편지글과 같은 대화체 글을 인용하였다. 이러한 추적 방법을 통해 필자는 유가를 대표하는 이황, 주희, 맹자 등이 이해한 도덕의 기원은 믿음에 근거한 ‘천(天)’이었고, 도덕의 정당성은 ‘천명(天命)’을 따르는 인간 존재 자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기한다. 첫째, ‘천’이라는 것은 더 이상 의심을 품을 수 없는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인가? ‘신’을 도덕의 기원과 정당성으로 삼고 있는 신학적 윤리이론이 ‘믿음’에 기반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천’ 또한 믿음에 기반한 것 아닌가? 둘째,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당위를 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 또한 신학적 교리와 다르다고 볼 수 있는가? “천(하느님)이 명했으니, 너는 마땅히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유가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형이상학에 치중한 철학 일반의 문제이며 한계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필자는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도덕의 기원과 정당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그 대표 인물로, 찰스 다윈, 마이클 가자니가,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거,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선택하고 그들의 주장을 간략하게 제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도덕의 기원과 정당성에 대해 현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도덕이란 진화의 산물이며, 두뇌 속에 도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선천적인 도덕적 모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덕의 기원을 ‘천(리)’에 근거하고, 그 정당성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두었던 유가의 도덕 철학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먼저, 유가 철학이 도덕의 기원을 믿음을 전제로 한 ‘천’에 두었던 문제점에 대해, ‘천’을 진화의 시간을 거친 자연선택의 압(壓)으로 보면 해결될 수 있다. 즉 오늘날의 진화윤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오랜 진화의 시간을 통하여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생겨난 도덕적 직관들이 두뇌의 여러 부분에 고착화되었다고 본다면, 이것은 믿음이 필요하지 않는 사실의 문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유가 철학에서 전제하고 있는, 즉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서 당위를 이끌어내는 도덕의 정당성 문제도 도덕적 모듈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어떤 A라는 상황에 직면하면, B라는 행동을 하게 하는 도덕적 모듈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A라는 상황을 만날 때마다, 당연스럽게 B라는 행동을 할 것이다. 이것은 B라는 도덕적 모듈을 가진 사람의 존재 자체가 도덕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보장해 준다.
키워드
도덕, 기원, 정당성, 천(天), 존재, 선천성, 현대 과학, 진화, 도덕적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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