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행복이 주제인 현실에서 노장의 행복관이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단순한 행복론은 너무도 위태하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행복의 뒷면을 찾아 그 논리적 박약함, 주장의 모순, 공동실천의 불가능성, 사회적 무책임성, 변화의 여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즐거운 것이 좋은 것’으로 여기는 서양의 에피쿠로스적인 전통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행복을 즐거움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비교적 적었다. 동양권에서 행복이라는 고유한 단어가 없는 것이 이런 까닭에서이다. 오히려 행복은 인간의 행위와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주거나 빼앗는 영역이었다. 사람이 즐겁건 그렇지 않건, 하늘은 그들에게 행과 불행을 내린다. 그런 점에서 서양의 행복론이 과정적인데 반해, 동양의 행복론은 결과적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서양의 행복론이 그리스적 사유답게 인간중심적인 설정을 하고 있는 반면, 동양의 행복론은 천제(天帝)나 귀신(鬼神)에 의한 초월적 역할을 중시했다. 게다가 유가의 행복관은 그것이 ‘행’(幸)이건 ‘락’(樂)이건 상관없이 도덕적으로 한 번쯤은 고양된 것이다. 도가의 입장은 유가의 행복관과 다소 다르다. 선악의 문제는 아예 떠나고자하는 것이 도가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是非: right & wrong)을 철저하게 상대화시킨다. 이른바 공자와 맹자, 그리고 주자를 우리의 전통사유로 보았을 때는 서양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만, 노장을 위시한 도가류의 사고에서는 서양적 헤도니즘과 일견 상통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공자는 군자라는 특수상대성을 설정함으로써 행복감을 얻고, 노자는 성취/욕망의 공식에서 분모를 줄임으로써 행복의 균등성을 실현한다. 장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주어진 본성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키워드

특수상대성, 균등성, 지족, 무용, 소요

참고문헌(11)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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