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조선 후기 기호학계의 성리학설에 관한 기존연구들이 18세기 후반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8세기 후반 기호학계 학자들은 그 이전의 소위 호락논쟁을 주도한 학자들과 19세기 학자들의 매개자로서, 그 제자들이 19세기 정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이 시기를 조명하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근재 박윤원을 다뤘으며, 우선 당시 주요한 철학적 논제 중 하나였던 그의 미발설을 분석하였다. 근재는 보통사람이 미발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는 조선 후기 기호학계 학자들이 꾸준히 고민해 온 주제로서, 이 문제에 대한 주자의 서로 다른 설명이 논의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근재의 경우 보통사람은 미발을 경험할 수 없다고 본다. 미발이란 외부의 자극이나 사려가 없는 불도불문(不睹⋅不聞)의 상태에서 함양공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다. 그런데 보통사람은 기질(氣質)이 탁하여 항시 사려가 있는 동(動)의 상태에 머물기 때문에 미발에 이르기는커녕 온전한 불도불문의 상태조차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靜)의 상태인 불도불문에 이르기 위해서는 동(動) 상태에서의 공부가 필요한데 근재는 계신(戒愼)⋅공구(恐懼)의 경(敬) 공부를 제시했다. 계신⋅공구가 동⋅정 모두에 적용 가능하며, 미발에 이르는 공부일 뿐 아니라 미발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공부라고 보았다. 근재가 보통사람의 미발 경험을 부정한 것은 보통사람의 경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부의 결과이자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의 미발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보통사람들이 기질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키워드

근재, 미발, 불도불문, 중인, 계신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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