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조선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西人 少論으로서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하고 절친한 벗으로서 한 시대를 함께 살다가 윤증과 박세당은 상대적으로 주자학의 교조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개방적 태도와 ‘名’보다는 ‘實’을 중시하는 사상적 특성을 지녔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학문적 연원과 사승 관계 그리고 관직, 저술, 이단사상 등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는 확연히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후대에 이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윤증은 비교적 주자 성리학을 온전히 계승한 유학자라 평가되는 반면, 박세당은 반주자학자 또는 탈주자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두 사람은 왕복 서신을 통해 格物說에 대한 논변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논변은 두 사람의 사상적 차이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자료이다. 본 논문은 이 격물 논변에 대한 분석과 비교를 통해 두 사람의 학문과 삶의 태도에 있어서의 이질적 측면들이 격물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고찰하고, 윤증과 박세당의 격물설의 차이점을 밝혀보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윤증과 박세당은 격물 논변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였다. 박세당이 주자의 格物致知說을 지나치게 초월적이고 고원한 것으로 비판한 반면, 윤증은 주자의 格物致知說을 적극 지지· 변론하였다. 윤증은 주자의 理一分殊說에 근거 개개 사물의 理를 초월하는 보편적이고 선험적인 理(理一)가 존재한다고 보고 卽物而窮其理하다가 豁然貫通을 통해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理一을 완전하게 인식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을 格物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박세당은 주자의 理一分殊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개별 사물마다 개별 사물의 특수한 법칙(則)이 내재하고 있다고 보고, 이러한 개별 사물의 법칙을 인식하여 개별사물로 하여금 그 법칙에 부합되도록 바르게 성취시키는 일을 格物로 규정한다. 따라서 윤증의 格物은 理를 인식하는 知에만 국한되지만, 박세당의 격물은 ‘사물의 법칙을 인식하는 知’와 ‘사물로 하여금 그 법칙에 부합되도록 바르게 성취시켜주는 行’이 모두 포함된다. 윤증은 상대적으로 形而上의 보편적 원리를 중시한 반면, 박세당은 形而下의 경험적 현실 세계를 중시하였다. 이러한 격물설에 국한시켜 볼 때, 윤증은 주자 성리학을 온전히 계승한 반면, 박세당은 ‘반주자학자’ 또는 ‘탈주자학자’라고 하는 후대의 평가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키워드

윤증, 박세당, 격물 논변, 주자성리학, 반(탈)주자학

참고문헌(19)open

  1. [기타] / 大學集註

  2. [기타] / 朱子語類

  3. [기타] / 朱子文集

  4. [기타] / 2000 / 明齋遺稿,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 영인본

  5. [단행본] / 1979 / 西溪全 / 太學社

  6. [단행본] 박세당 / 1976 / 국역 사변록 / 민족문화추진회

  7. [단행본] 충남대유학연구소 / 1994 / 얼굴없는 재상 윤증의 상소와 편지 / 이화

  8. [단행본] 윤사순 / 1985 / 韓國儒學論究 / 현암사

  9. [단행본] 윤사순 / 1996 / 한국인물유학사3 / 한길사

  10. [단행본] 지두환 / 1999 / 한국사상사 / 역사문화

  11. [단행본] 충남대유학연구소 / 2001 / 務實과 實心의 유학자 명재 윤증 / 청계

  12. [단행본] 충남대유학연구소 / 2006 / 명재 윤증의 학문연원과 가학 / 예문서원

  13. [단행본] 김세정 / 2006 / 왕양명의 생명철학 / 청계

  14. [학술지] 이병도 / 1966 / 朴西溪와 反朱子學的 思想 / 대동문화연구 3

  15. [학술지] 이영호 / 2000 / 西溪 朴世堂의 思辨錄.大學에 대한 연구 / 漢文學報 2

  16. [학위논문] 이희재 / 1994 / 朴世堂思想硏究-脫朱子學的 입장에서

  17. [학술지] 김용흠 / 1996 / 朝鮮後期 老.少論 分黨의 思想 基盤 -朴世堂의 思辨錄 是非를 中心으로 / 學林 17

  18. [학술지] 황의동 / 2003 / 명재 유학사상의 정체성 시비에 관한 연구 / 동서철학연구 (29)

  19. [학술지] 김세정 / 2006 / 명재 윤증과 서계 박세당의 학문과 교유(交遊) 관계 / 동서철학연구 (42) : 115 ~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