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왕부지는 『논어』에서 ‘和’를 형이상학적인 원리에 의해 구속받는 도구가 아니라, 구체적인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삶의 양식으로 여긴다. 온화함으로 상징되는 이 ‘和’는 경직되기 쉬운 예의의 질서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근거로서 귀함이 된다. 따라서 이는 예의를 본체로 여기고 ‘和’를 작용으로 여기는 주희의 관점과 다르다. 왕부지에게 이 ‘和’는 본체에 대한 작용이 아니라, 삶의 원리이며 방법이다. 왕부지는 또한 『중용』에서 ‘和’를 중(中)과 같은 범주로 생각한다. 그는 중을 본체로 여기고 ‘和’를 작용으로 여기는 주희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和’를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본성과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喜怒哀樂)의 감정이 절도에 맞게 발현하는 덕으로 생각한다. 왕부지에 의하면 오직 ‘和’하여야 감정의 발현이 절도에 맞아 예의가 보편이 된다. 따라서 ‘和’가 본체이고, 예의는 작용이 된다. 이는 왕부지가 ‘발현하지 않은 상태(未發)’와 ‘발현한 상태(已發)’을 각각 본체와 작용으로 여기는 주희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논리 속에는 존중받아야 할 리(理)로서의 본체와 차별의 대상인 기(氣)로서의 작용 사이에 불평등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왕부지는 ‘발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본체와 작용이 있고, ‘발현한 상태’에서도 본체와 작용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그는 ‘중화(中和)’의 중(中)과 ‘시중(時中)’의 중(中)을 본체로 여긴다. 특히 그는 ‘시중’의 중을 ‘和’로 여기고, 작용임과 동시에 본체로 생각한다. ‘和’에 대한 왕부지의 이러한 관점은 리철학이 아니라, 기철학의 관점이다.

키워드

왕부지철학, ‘和’론, 예의, 덕, 본체, 작용, 미발(未發), 이발(已發).

참고문헌(14)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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