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하늘은 지배적 신격이면서 동시에 위대한 자연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이중성은 우리민족의 종교적 의식이 유령관에서 유신관으로 발전하면서,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만들어 갖는 방식의 문화적 변모과정을 걸어 나간 것이 아니라. 전자 속에 후자의 성격을 가미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신성관념이 기본적으로 범신론적인 바탕을 갖는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우리민족의 사유구조 속에서 하늘은 태양, 달, 별, 비, 구름 바람 등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천신, 상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전자는 유령관에서 유신관으로 진화하는 단계 속에 놓여지는 하늘의 자연신적 모습이고, 후자는 유령관에서 유신관으로 진화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인격적 주재천의 모습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단군신화의 환웅신이 갖고 있는 ‘인간360여 가지 일을 다 주관’하는 모습에서 지배적인 주재천으로서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이 인격적 주재천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동일한 능력을 산신에게서도 보고, 수신에게서도 보고, 여러 다른 신격들에게서도 본다. 다양한 자연물 속에 산재하는 다양한 신성들이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는 것이다. 신성들이 행사하는 권능이 사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나타나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이 어떤 신성과 보다 긴밀한 사적 관계가 맺어지느냐에 따라, 어떤 신성이 그 사람의 운명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그런 여러 신성들의 어떤 작용과 개입에 의해 운명은 만들어지며, 인간은 그런 운명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식을 갖는다. 그렇게 인간의 운명을 만들어내는 모든 신성들의 작용력을 한국인은 ‘하늘이 주관하는 운명’으로 대표시켜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만들어진 운명은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국인은 생각한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운명론자라고 하겠다. 그러나 하늘이 우리에게 어떤 운명을 만들어 놓았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지성으로 하늘을 모시면 운명을 주관하는 하늘을 감동시켜 좋은 운명을 갖추어 주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은 그 운명보다는 인간의 정성에 더 중요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또한 사적 관계를 ‘나의 하늘’로 그 의식 속에 놓여지게 되는 하늘이 자신에 대해서 ‘나쁜 운명을 만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낭만적 기대감도 전제되어 있는 문제라고 하겠다.

키워드

주관적 타자화, 하늘, 유령관, 유신관, 운명

참고문헌(14)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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