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은유를 단순히 무시간적이기보다는 ‘근대’라는 시대적 범주와 연관을 가지는 표현형식으로 해석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헤겔과 블루멘베르크의 논의를 참조한다. 헤겔은 서구적 상상력이 빠진 주관주의의 두 가지 형태인 ‘형식적 주관주의’와 ‘추상적 주관주의’가 어떻게 은유를 “요구”하는지를 자신의 베를린 미학강의를 통해 논의한다. 서구적 상상력은 주관주의의 한계에 봉착해 결국 스스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고 만다. 이에 대해 “동양적 범신론”과 그것의 표현형식인 “은유”는 주관주의의 한계를 극복한다. 서구적 상상력은 동양적 상상력에 의해 보충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표현가능성을 획득한다. 블루멘베르크에 따르면 서구의 과학적 발전을 통해 인간이 경험한 “현실의 절대주의”, 즉 현실의 무시무시한 위력의 위협 앞에 인간은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 실질적 위협을 “예방”하기 위해 인간은 “절대적 은유”와 “신화를 둘러싼 노동”을 통해 세계를 인간화하여, 세계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제거한다. 은유란 제2의 자연의 구성물을 가능케 한 초석이다. 우리는 두 이론가로부터 은유를 시대적 조건과의 연관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