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keśa’란 머리카락이나 털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교문헌에서 이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을 가리키는 비유로 사용되고 있다. 즉 비실재의 현현, 허망분별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유식이십론에서 “이것은 오직 식일 뿐이다. 실재하지 않는 대상이 현현하기 때문에. 마치 눈병에 걸린 자에게 실재하지 않는 머리카락이나 [두 개의] 달 등이 보이는 것과 같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쁘라마나바르띠까에서도 유식학파의 견해를 언급하는 경우, 눈병에 걸린 자에게 나타나는 머리카락의 비유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인식방법과 인식대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 비유는 약간의 내용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즉 눈병 걸린 자에게 나타나는 머리카락 등은 대상이 아니며, 그 이유는 대상으로서 信解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나아가 다르마끼르띠는 그것을 無分別似現量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른 類似現量이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有分別似現量임에 반하여, 특히 그것은 분별이 없는 것이지만 감관의 손상으로 인해 생겨나는 착오의 한 가지로 설명된다. 불교논리학파에서 ‘keśa’의 비유를 유식학파에서 말하는 ‘허망분별’의 의미와 달리 ‘착오’의 문제에 한정하여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 비유의 의미에 관해 진전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의미상의 변화를 가져 온 학파간의 영향관계에 대해 보다 면밀한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