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강력한 가족주의 규범이 유지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대안적 가족네트워크를 서사화하기 위해 ‘가족하기-되기’라는 개념틀을 고안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때 ‘가족하기’가 주체로서 행위자들의 구성과 실천에 강조점을 둔다면, ‘가족되기’는 신체적 · 정동적으로 투과되고 스며드는 비주체들의 감응과 유대에 강조점을 둔다. 한국사회에서 외 · 내부의 타자를 강박적으로 제거하는 방어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가족 표상체계는 그 최종심급에서 ‘유기체 은유organismic metaphor’를 통해 정당화된다. 가족이 하나의 유기체라는 판타지는 혈연주의, 가부장주의, 연고주의, 이성애주의, 집단주의, 생존주의, 속물주의 등 한국의 각종 –주의가 뻗어 나오는 문제적 지형이다. 필자는 기존 가족 표상체계에 맞선 대항판타지로서 ‘네트워크’의 의의를 살펴보고, 네트워크가 신뢰와 책임에 기반한 열린 관계망이 될 수 있는 가능 조건을 ‘가족하기-되기의 과정’으로 서술한다. 나아가 정상가족 프레임 바깥에서 출현하고 있는 새로운 가족하기-되기의 구체적 사례를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서 8년간 이어진 ‘돌봄과 성장 이웃대화모임’을 통해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