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섬은 뭍에 비해 이동하는 데 장애가 되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섬의 이러한 공간적 특징은 변방의 변방, 소외된 공간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섬 인식을 강화한다. 그러면서 천연의 자연경관과 내력을 가진 특별한 공간이라는 유토피아적 섬 인식을 강화하기도 한다. 섬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이렇게 차별과 배제의 디스토피아, 그리고 평등과 자유의 유토피아로 양극화된다는 현실적 모순은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라는 개념으로 섬을 호명하게끔 한다.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가 ‘부재(不在)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그동안 차별과 배제의 디스토피아나 현실 부재의 유토피아로 존재함으로써 장소성을 빼앗기고 있었던 섬이 역설적으로 치유자원으로 소비되는 오늘날의 ‘현실 인식과 태도’를 서양 공간론의 흐름을 통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공간에서 장소”로, “장소에서 다시 공간”으로 옮겨오고 있는 서양 공간론 가운데서도 푸코의 ‘헤테로피아’를 통해 ‘부재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르페브르의 ‘재현의 공간’을 통해서 저항적 실천의 가능성과 필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 ‘힐링의 섬’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주 섬이 현실 부재의 공간이 아닌 실재 공간으로서 장소성을 확보하려면, ‘재현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재인식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저항적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