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존재와 사건』에 나타난 알랭 바디우의 다자 개념을 분석하고 의미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바디우의 다자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시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개념은 텍스트에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바디우는 이 개념을 리오타르로부터 차용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하이데거를 참조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바디우에 따르면 전통적인 존재론은 존재와 ‘하나’(일자)를 동일시했으나, 이로 인한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바디우는 하나는 존재가 아님을 선언하면서 존재론을 시작한다. 하나는 ‘하나로 셈하기’라는 작용의 결과이며, 현시를 통해 존재자로 나타날 뿐이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여럿’(다자)이 나타난다. 한편으로 현시된 ‘하나’가 작용의 결과라면, 그 작용이 행해진 대상은 하나가 아니었으므로 ‘여럿’일 수밖에 없다. 현시 이전의 존재인 이 ‘여럿’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셈의 결과인 ‘하나’들을 단위로 하여 만들어지는 ‘여럿’이 있을 수 있다. 바디우는 전자를 비정합적 다자, 후자를 정합적 다자라고 부른다. 수학적 존재론에서 비정합적 다자는 공백으로 나타나며, 이는 집합론의 공집합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