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는 칸트가 『순수이성비판』 초판에 짧게 개략만 하고 더 이상 연구를 진척시키지 않은 “직관에서의 각지의 종합(Synthesis der Apprehension in der Anschauung)”에 주목하며, 「교수취임논문」에서부터 전제한 ‘표상들의 관계조건’으로서의 시간 의미를 규명한다.BR 지금까지 직관에서의 각지 종합에 대한 국내 연구는 적은 수를 차지한다. 시간의 관점에서 해명한 논문도 드물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1770년 논문에 대한 연구 역시 국내⋅외로 아직까지 소수이며, 그중 시간론을 독립적으로 다룬 논문은 찾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사유의 한 과정으로 구성되는 각지의 종합과 그에 함축된 시간의 의미를 취임논문과의 연계 속에 분석하는 한편, 개념의 현시적 측면에서 논리적 개념어가 재현할 수 없는 시간의 내적 직관을 시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고찰한다.BR 『순수이성비판』 초판 초월 감성론의 시간 편은 “선험적 개념들의 객관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한 반면, 취임논문은 공상을 포함한 상상과 경험 가능한 모든 표상내용을 시간 영역 안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1770년 논문이 의미하는 대로 계기적 시간이 ‘표상들의 관계 조건’으로서 규정된다면, 시간의 범위는 무한정 폭넓어진다. 왜냐하면 1770년 논문의 시간론에는 표상내용이 무엇이 되었든, 어떻게 상이한 표상들의 틈 사이로 또 다른 표상이 잇따라 관계 맺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는 취임논문의 시간론을 고찰함에 있어, 다양한 표상들에 대한 시간의 순수 관계 논리가 무엇인지를 정초함과 동시에, 각지의 종합 내용을 시간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취임논문을 바탕으로 논구한다.BR 본 논문에서, 시적 반추를 통한 시간론 연구는 간학문적 철학연구이다. 이는 단순 논리적 이해를 넘어, 칸트가 포착한 직관의 통일성을 시의 직접적 직관 속에 재현하고 재경험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특히 박주택 시인의 「배경들」은 칸트가 더 이상 파고들지 않은 생산적이며 점층적인 시간(successio) 개념을 ‘열려있는 계기적 시간의 지평’ 관점으로 확장하는 매개점이 되어준다. 또한 ‘근원적 표상으로서 시간’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고은의 「무제 456」 시편은, 한 개념에 함축된 다양한 의미를 개관하게 한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역시 우리로 하여금 선형적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