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슈미트와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각각 주권중심 정치와 대화중심 정치로 정의내리며, 양자 사이의 비교를 통해 대화가 정치의 본질임을 주장한다. 냉전 종식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는 보편가치의 지위를 획득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나, 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사태 등으로 인해 곧 그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대체하기 위한 대안 가운데 칼슈미트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이론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학자는 모두 이데올로기가 추구하는 세계 보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정치의 본질을 제한된 영역에서 나타나는 공간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정치적 공간을 구성하는 원리를 각각 주권과 대화로 다르게 제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치와 인간 공동체의 본질 역시 서로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이 글은 슈미트와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의 공간성 및 이로부터 각자 전개되는 주권정치와 대화정치의 내용을 살펴보려 한다. 단순 비교를 지양한 비판적 독해를 통해, 이글은 적과 동지의 구분에 기초한 슈미트의 주권정치는 국내정치의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아렌트의 대화정치는 주권정치에 대한 직접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을 밝히려 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정치의 본질은 결국은 폭력이 아닌 대화일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