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에티엔 발리바르의 폭력론을 극단적 폭력과 시민다움 개념을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의 이론적 의의와 과제를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리바르는 1990년대 이후 현대 폭력의 문제를 극단적 폭력(내지 잔혹성)과 시민다움이라는 두 가지 개념의 관계에 입각하여 이론화하려고 시도해왔다. 그는 극단적 폭력을 정치의 가능성의 조건을 잠식하는 폭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일상적인 폭력 및 구조적 폭력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극단적 폭력은 초객체적 폭력과 초주체적 폭력이라는 두 가지 하위 범주로 구별되는데, 전자는 인간을 사물화하는 폭력이며, 후자는 개별적인 인간들을 민족이나 인종 같은 초주체의 의지에 종속시키는 폭력이다. 이러한 극단적 폭력에 맞서는 정치를 그는 반(反)폭력의 정치 내지 시민다움의 정치라고 부르면서 시민다움의 세 가지 전략을 각각 헤게모니의 전략, 소수자 전략, 다수자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발리바르의 폭력론은 비폭력과 대항폭력으로 분류되는 기존의 폭력 이론, 특히 대항 폭력을 중심으로 한 반국가적, 반제도적 폭력이론에 비해 현대 사회의 폭력 현상들을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분석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정치의 개념을 해방, 변혁, 시민다움으로 구분할 뿐만 아니라 시민다움의 정치 역시 세가지 전략으로 분류함으로써, 잘 알려진 다른 폭력이론에 비해 구체적인 정치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다만 구조적 폭력과 극단적 폭력의 관계에 대해 더 분명한 탐색이 필요해보이며,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작용하는 극단적 폭력의 유형화에서도 더 섬세한 분석이 요구된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