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갈등은 일차적으로 개인(주관)의 심리문제일 것이지만, 결국은 사회(주체)의 정치적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 정치적 문제는 갈등의 제거가 아니라 갈등의 승인에서 가능하다. 이는 갈등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사회적 현실에 대한 “탈구와 재구성”의 역학, 즉 ‘해방의 변증법’을 수반하는 ‘갈등의 위상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에 억압된 욕망, 부연하자면 ‘존재론적 욕망’으로 회귀하며 “내재성”의 논리에 입각해 갈등의 ‘위상학’(topology)을 선명히 가리킨 것은 현대의 철학, 특히 후설 이후 메를로퐁티와 하이데거, 그리고 라캉과 들뢰즈의 철학이었다. 이 글은, 이들에 함축된 ‘시(詩)적 인식’의 위상학적 양상을 메를로퐁티의 관점으로 수렴하는 자리에서, 갈등이 갖는 해방의 변증법적 의의를 짚은 후, 우리사회에서 폭발하는 갈등이 위기가 아니라 사실은 〈외재적 초월의 유토피아적 허구를 넘는 ‘내재적 초월’의 현실에 입각해 정치적 상상력을 재정립할 기회〉의 한 계기임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