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앙리에 따르면 서양철학사가 이해하고 비판해왔던 주체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체에 불과했다. 이렇게 주체가 서양 철학사에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주체로밖에 이해될 수 없었던 것은 앙리가 “존재론적 일원론”이라고 명명한 철학사의 존재론적 편견 때문이다. 앙리에 따르면, 멘 드 비랑은 이런 존재론적 편견에서 벗어나 ‘초월적 내적 경험’인 운동의 존재가 구체적 주체인 자아의 존재임을 밝히고, 이러한 자아의 존재가 곧 몸의 존재임을 이해한 철학자였다. 멘드 비랑에게 더 이상 몸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이러한 몸은 절대적 내재로 나타나며, 따라서 나의 몸은 세계의 ‘밖에서’, 세계의 나타남 ‘이전에’ 주어진다. 우리의 몸은 더 이상 정신을 이 세계에 매개하는 어떤 매개물도 아니며, 정신의 의지를 이 세계에 구현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몸은 절대적인 내재 속에서 구체적인 체험으로 주어지는 ‘나’이며,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밑에 깔려 있는 것(hypokeimenon)’ 혹은 ‘밑에 던져진 것(sub-jectum)’, 즉 주체로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제 1 질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