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공자가 유학의 학문적 목표를 ‘中節’이라고 하는 행위 원리의 정립에 둔 이래, 앎의 문제는 유학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중절’은 단순한 대상적 인식의 결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실천적 개념이다. 선진유학에서는 ‘중절’의 행위 원리를 정립하기 위해 知와 智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는데,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知는 사물에 대한 대상적 인식의 성격이 강하고 智는 선악을 분별하는 선천적 품성의 성격이 강하다. 공자는 시종 知를 언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知를 통해 智에 도달할 것을 강조했다. 맹자는 모든 사람은 선악을 분별하는 智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올바른 행위 원리는 타고난 智의 품성을 함양하여 현실에서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순자는 선천적인 품성을 부정하고 오직 知의 누적을 통해서 공동의 행위 원리를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맹자의 관점은 선천적 품성에 의존하여 내재적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원리의 보편성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었으며, 순자의 관점은 사람의 주체적 판단을 불신하고 외재적 원리를 강요함으로써 개인에 대한 폭력성을 내포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군집생활의 행위 원리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앎의 노력, 즉 智와 知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독단과 맹신 등 잘못된 앎, 이로 인해 타자에 대한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앎의 근본 의미에 대한 선진유학의 문제의식을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