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차이의 철학은 차이의 개념을 존재자들 사이의 관계는 물론 존재자의 존재이유로까지 밀고가려는 존재론적 기획이다. 이는 차이만이 아니라 동일성을, 나아가 ‘구조’라는 말로 불리는 동일성의 재생산 또한 차이에 의해 해명해야 한다. 동시에 그로부터 이탈하는 차이의 힘을 그 구조 안에 밀어넣어야 한다. 『차이와 반복』은 이념과 강도라는 개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차이 개념을 존재론적 차이로까지 밀고 간다. 의미의 논리에서는 특이성과 우발성의 개념이 이와 상응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념적 사건’과 ‘아이온의 시간’은이 두 개념과 대응한다. 그런데 차이의 존재론이 이념에서 강도로 현행화되는 길을 따라 전개되는 것과 반대로, 의미의 논리는 현행화된 것에서 잠재적인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전개된다. 이는 ‘의미’와 ‘사건’이 현행화된 것의 ‘해석’을 기다리는 개념이 아니라, ‘다시 한번!’을 반복하는 주사위 던지기의 실천철학적 개념이란 점에 기인한다. 나는 이러한 점을 강조함으로써, 현행화에 끼어든 우연적 조건으로 오해되는 우발성 개념과, ‘카이로스의 시간’이나 ‘시적 시간’ 같은 특별한 순간으로 오인되는 아이온의 시간 개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이로써 들뢰즈가 제안하는 의미의 논리가 단지 의미에 대한 철학일 뿐 아니라 영원회귀의 실천철학임을 드러날 것이다. 이는 ‘지시’, ‘표명’, ‘의미작용’과 구별되는 의미의 4번째 차원으로서의 사건 개념을 정의하는 것을 필두로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