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우선 에드워드 소자의 『포스트메트로폴리스』에 나타난 디지털 도시화를 “실재적이자상상적인 것의 뒤얽힘과 혼란의 증가” 과정으로 정의하고 이것이 탈/재영토화를 넘어 탈/재물질화를 수반하고 있음을 주장한다.나아가 이 논문은 데이비드 하비와 함께 절대적, 상대적, 관계적 공간 개념을 구분하고, 실재와 상상이 교차적으로 뒤얽히는 디지털 도시 공간의 재물질화는 ‘관계적 공간’ 개념을 통해서야 제대로 파악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관계적 공간의 물질성은 측정될 수 있는 영토나 하나의 관점에 따라 경험되는 에너지 흐름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실재와 가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이 교차 속에서 현상한다.마지막으로 필자는 (...) ‘관계적 공간’이 영토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의 물질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질성’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새로운 물질과 그 정치적 의미를 캐런 버라드의 신유물론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버라드의 신유물론을 적용하면 디지털 도시의 “시공간물질화”는 실재와 상상의 다양한 파장들이 얽히고 회절적으로 내부-작용하면서 변화하는 자기-조직적 물질의 되기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가령 황마 공장의 물질성은 건조 환경이나 생산관계로만 치환되어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이 생산 장치,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 등과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회절하는지를 살펴볼 때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디지털 도시화 과정에서 정치적 변화와 저항이 가능한가를 설명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shrink)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자주 등장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은 페미니즘을 주관주의나 특권주의로 간주하는 경향을 갖는다. 이에 이 글에서 나는 페미니즘에 대한 적대시가 페미니즘 입장론에 대한 오해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다.BR이를 논증하기 위해 나는 이 글에서 1991년도에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에서 정식화된 샌드라 하딩(Sandra Harding)의 “지적으로 강력한 페미니스트 입장론”과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서 논의되는 “상황적 지식들”을 분석하는 가운데 이들의 입장을 “비판적 입장론”으로 수렴시키고자 한다. 페미니스트 비판적 입장론은 무위치나 상대적 위치에서 출발하는 인식론을 비판하는 가운데 여성의 삶이라는 체현된 위치에서 시작하는 인식론이 (...) 덜 왜곡된 지식을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고 본다. 나아가 비판적 입장론은 대상뿐 아니라 대상을 다루는 주체에 대한 성찰성과 비판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전통과학보다 더 강한 객관성을 보장하고자 한다. 나아가 비판적 입장론은 주체에 대한 비판 능력을 담보하는 가운데 다양한 모순들을 가로질러 생각할 수 있는 교차적 사고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BR이를 통해 나는 비판적 입장론이 기계적 평등에 기반하는 추상적 민주주의를 권력의 차이에 민감한 깊이 있는 민주주의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shrink)

지구화와 기술문명의 발달로 도시의 인문환경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신제도주의경제학자 더글라스 노스는 경제학자들 역시 비에르고드적 세계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은 하나의 통일적 원리로 경제를 진단하고 예측하기보다 다양한 신념체계들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도시 경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 논문에서 깁슨-그레엄(J.K. Gibson-Graham)과 함께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이야말로 다양한 신념체계에 따르는 차이의 경제들을 가시화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함을 보여줄 것이다.BR 나아가 필자는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현재 서울이라는 대도시 도시 한복판에 등장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을 분석하고자 한다. 살림은 관계와 돌봄의 페미니즘 윤리를 공동체경제의 원리로 삼고 (...) 있다. 이 분석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반복’ 개념이다. 살림은 돌봄의 윤리를 가정이 아닌 의료, 그리고 지역사회 운영에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의료 경영, 새로운 경제 합리성의 모델을 제안하였다.BR 마지막으로 필자는 돌봄에 기반한 살림의 의료 경영이 구성원을 ‘공동체 내의 경제적 존재’로 파악하고 그들 간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도시공동체경제임을 보여줄 것이다. 이는 구성원들이 관계 속에서 함께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내부적 차이를 협상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shr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