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찰스 테일러가 말하고자 하는 인정이 어떠한 것인지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테일러는 근대 세계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근대적 인간 주체가 의미가 거세된 얄팍한 삶을 살고 있음을 비판하며, 그 지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본래성의 윤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본래성의 윤리에 따르면, 인간 주체는 의미 있는 것, 중요한 것, 소중한 것, 가치 있는 것, 그러니까 선을 선택하고 지평으로 삼아서, 그 지평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부여해나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해나간다. 그렇지만 이러한 선택의 범위는 제한되는데,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 이미 주어진 지평, 맥락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삶 그리고 인간의 주체성 혹은 정체성은 타자들, 혹은 공동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하여 인정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인정 없이 주체의 정체성은 형성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인정은 현대 사회가 한편으로는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성과 차이를 부각한다는 점에서 문제에 부딪친다. 인정은 평등한 인정과 차이의 인정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없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러한 균형을 생각해보려면, 테일러가 인정을 사유하며 어떻게 인간들 사이의 차이 혹은 비대칭성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제기된다. 그러기 위해서 이 글은 리쾨르가 『인정의 여정』에서 제안한 “비대칭성의 망각의 발견”을 참조하려고 한다. “비대칭성의 망각의 발견”을 통해서, 테일러가 어떻게 차이와 비대칭적 관계에 대한 사유를 인정에 녹여내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