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상대성 이론에 대한 논리경험주의의 철학적 분석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1920년대 후반에는 논리경험주의의 주요 논자인 슐리크, 라이헨바흐, 카르납이 20세기 전반기에 형성된 새로운 과학철학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나치즘이 유럽을 잠식하기 전인 1930년대 초반까지를 “자연철학에서 과학철학으로의 이행기”라 부를 수 있다. 새로운 논리경험주의 과학철학의 등장에 수리논리학,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상대성 이론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집중적으로 수행하여 이를 토대로 새로운 과학철학 개념을 제시한 학자는 라이헨바흐였다. 과학적 철학의 이념과 역할에 대한 라이헨바흐의 견해를 잘 보여주는 두 저작은『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1929)과『원자와 우주』(1930)이다. 이 저작에서 라이헨바흐는 물리학 지식 일반에 적용되는 인식론적 입장을 제시한다. 첫째, 물리학 지식에는 선험적이지 않으나 체계 내에서 구성적 역할을 하는 원리들이 존재한다. 둘째, 구성적 원리들의 체계는 경험의 압력에 맞춰 변화할 수 있으며, 이때 이전 체계와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속적 근사의 방법’을 사용한다. 셋째, 구성적 원리들에 덧붙는 정의들은 임의적이며 규약적이다. 넷째, 과학적 지식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사실에는 이론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는 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사실들을 분류한다. 다섯째, ‘동등화의 유일성’ 기준으로 물리적 참됨을 정의하면 이러한 참됨은 오직 전체로서의 물리적 지식 체계에만 적용된다. 이상과 같은 라이헨바흐의 인식론적 입장은 논리경험주의의 ‘수용된 견해(received view)’와는 차별화되는 것이었고, 콰인(Quine)이 제시한 전체론적 관점과도 상당 부분 유사성을 갖고 있었다.